I Swear, I Am Not a Robot, 4채널 HD 비디오, 23분 53 초, 2021
I Swear, I Am Not a Robot, 4 channel HD video, 23m 53s,
2021

로봇은 주어진 지시 사항에 대해 자의적 해석을 하지 않고 변형없이 수행하며, 심지어 로봇이 무한히 복제된다 하더라도 모두 오차없이 같은 지시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주어진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로봇의 움직임을 화살표로 단순화한 스코어에 따라 4명의 무용수들은 각 화살표의 길이와 방향과 회전에 맞추어 각자의 신체 관절을 대입시켜 움직임의 코드를 짠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규칙은 하나지만, 개인의 상상력과 신체적 구조와 리듬에 따라 각각 개별적인 움직임을 생성하게 된다. 여기에서 무용한 신체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무용(無用/useless)은 생산적이지 못함을 뜻한다. 효율적인 생산이라는 가치는 테일러리즘부터 4차 산업혁명까지 인간의 신체를 지배하여 획일화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의 고유한 감각과 비효율성은 주어진 틀에서 빠져나오는 엇박자를 생성하면서 오작동을 유발한다. 또 다른 무용(舞踊/dance)의 의미는 예술하는 신체의 몸짓으로, 능동적으로 수행하고, 주어진 것을 독자적으로 해석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몸짓은 사건과 사물을 원래의 의미에서 탈구시켜 본래의 질서를 파괴시키고 엇나가게 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찾음과 동시에 주체적인 위치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무용無用 하고 무용舞踊 하는 신체의 움직임을 담은 영상과 더불어 인간과 기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하는 텍스트가 병치된다. 변주되는
움직임과 리듬으로 감각이 전환되는 순간을 제시하고자 한다.

스코어: 전보경

안무: 신혜진

퍼포먼스: 신혜진, 전보람, 정채민, 이민진

사운드: 박근령

촬영: 최윤석

편집: 전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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